내가 모아둔 신문쪽지는 여기서 끝나고 말았다. 이것만 보시면 현명하신 독자는 사건의 윤곽만은 짐작하실 것이다. 나는 어서 바삐 이 긴 이야기의 원대문으로 들어가야 되겠다. 그러나 한 마디 말해둘 것은 신문기사란 결코 사건의 이면을 들추어내는 것이 아니요 오직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함에 그칠 따름이다. 다시 말하면 사건의 드러난 외면을 수박 겉 핥기로 보는 대로 듣는 대로 기록할 따름이다. 기자도 귀신이 아닌 다음에야 드러난 사실 밑에 또 숨은 사실이 있는 있고 그 숨은 사실의 열 번 벗기고 백 번을 벗겨도 그 속에도 숨은 사실이 있는 것이야 어찌 낱낱이 알아 내일 수 있으랴. 그러므로 사실의 껍데기만 가지고 ‘오직 이것이 사실이어니’하고 튼튼히 믿었다가는 도리어 참 사실을 오해하기 쉬운 일이다. 위선 여기 모아 놓은 기사를 유심히 훑어보더라도 의심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닐 줄 안다.
현진건(1900-1943) : 대한민국 대구 출생 소설가, 언론인, 독립운동가. 호는 빙허(憑虛) 이다. 그의 대표작으로는 <빈처>, <술 권하는 사회>, <운수좋은 날>, 등이 있으며, 일제강점기에 대한 저항의식을 숨기지 않았던 소설가로, 독립운동의 공적을 인정받아 2005년 대통령표창을 추서받았다.